Miscellaneous (한 + Eng)

슬픈 꿈을 꾸는 이를 보았다

Author
chloebringsjoy
Date
2019-09-27 00:05
Views
149
(2019. 3. 24)

"영화 1987이 꽤 잘 만든 영화인 듯싶다. 박종철 죽기 1주일 전 보안사 서빙고분실 지하실로 끌려가 발가벗긴 채 물고문 당하며 기절하기도 했던, 그래서 내 죽음이 될 수도 있었던, 그러면서도 세상 바꾸겠다는 열의로 펄펄 끓던, 내 청춘의 한 장면이기도 하다. 돌아갈 수만 있으면 돌아가고픈 시절이다. 어떤 영화인지 몹시 궁금하다.

그러나 나는 영화를 못 볼 것 같다. 당시 죽어간 그들, 그 이전, 또 그 이후 죽어간 숱한 이들의 심장에 박혀 있던 중심은 평등한 세상이었다. 당시의 그들이 바란 것은 형식적 민주주의만이 아니었다. 그 정도였으면 그들은 죽지도 않았다.

그런데 세상은 더 불평등해졌다. 밑바닥에서 비정규직과 하청노동과 불안정 청년 등의 주변부노동자들 및 영세상인 등이 세상을 한탄하고 있는데, 운동은 무능하고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. 아무리 자본주의체제라고 해도 북유럽만큼의 평등 조건은 만들어야 그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것이라고, 나는 생각한다.

그래서 나는 차마 못 볼 것 같다. 그들에게, 그들의 죽음에, 현재의 운동이 너무 초라해서, 여지껏 운동을 하면서도 무능하기 짝이 없는 내가 너무 초라해서, 미안하고 죄송해서, 끝내 못 볼 것 같다. 그래도 딸과 아내와 할매에게는 꼭 보라고 할 생각이다." (한석호님 Facebook, Dec 30, 2017)

<어느 실패한 노동운동가의 꿈>이라는 제목으로 작년 10월 프레시안에 기고된 장제우님의 글은,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. "슬픈 꿈을 꾸는 이를 보았다."